[논산=충남도민일보] 충남 논산에 있는 돈암서원은 기호학파를 대표하는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1634년(인조 12)에 사계를 시작으로 1658년(효종 9)에는 신독재(愼獨齋) 김집(金集) 1688년(숙종 14)에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 1695년(숙종 21)에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의 위패를 모셨다. 이름만 들어도 조선 정치사에 둘째 가라면 서러운 대표적 인물을 배향한 유서 깊은 서원임을 알 수 있으며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 전체와 응도당(보물), 유경사(시도지정문화유산)등 다수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한국의 대표적 9개 서원’ 중 하나인 돈암서원은 조선후기 교육 및 사회적 활동에서 널리 보편화된 성리학의 증거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돈암서원에도 흰개미의 습격은 피할 수 없던 모양이다. 주변이 삼림 및 농경지역으로 이루어져 흰개미 서식 및 활동에 유리한 점도 있지만 급격한 기후변화속에 흰개미의 서식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돈암서원 뿐 아니라 충남 지역 목조 문화유산 피해 확인건도 상당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잠시 흰개미의 생태에 대하여 조금 언급하면, 흰개미는 바퀴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습하고 햇볕이 없는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우리 인체에 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목재에 한번 파고들면 안쪽에서부터 갉아 먹으며 목조 문화유산이나 건축물에 큰 피해를 야기하는 해충 정도를 뛰어넘은 ‘저승사자’로 까지 불린다.
돈암서원의 문화유산 돌봄 업무를 수행중인 충남동남 문화유산돌봄센터에서는 24년 정기 모니터링 실시 결과 돈암서원 응도당 및 정회당 주변에서 살아있는 흰개미 개체들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담당하는 모니터링 최원길 팀장에 따르면 ‘돈암서원 내 목조 건축물인 유경사, 양성당, 거경재 등지에서도 이미 이전부터 흰개미 섭식흔적을 확인한바 있었고 특히, 올 해 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 심각성을 간과하지 않고 충남동남 문화유산돌봄센터에서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흰개미 퇴치를 위한 자문을 요청하였다. 이에 지난 6월 5일 흰개미 전문가라 불리는 김시현 연구사와 돈암서원 현장을 동행하였고, 현장에서 직접 흰개미 활동의 현황과 피해의 심각성을 깨닫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연구사의 의견에 따르면, ‘흰개미의 생태적 특성상 한 건물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다른 건물들로 확산될 위험이 높다고 하며 이미 돈암서원 일원에는 각 건물 내부로 유입이 이루어져 활동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흰개미 군체를 제거하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서원 전체 건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흰개미 방제를 해야한다’고 했다.
자문 이후, 충남동남 문화유산돌봄센터에서는 목조 건물 주변에 흰개미 군체의 확산 범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목재 시험편 등을 설치하여 연 2~3회 흰개미 전문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하였고, 그 동안의 흰개미 모니터링 결과와 흰개미 유입 및 전이예상도, 전문가 자문결과를 종합하여 논산시, 한국의 서원협회, 돈암서원 관리자에게 전달하여 종합적인 방제 대책을 강구하고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충남동남 문화유산돌봄센터 윤완식 센터장은 “금번 흰개미 자문결과를 보고 받은 후 ‘각 단체별로 흰개미 피해의 위험성과 방제의 시급성을 인지하여 다각적인 측면에서 대응하고, 문화유산 관리에 있어서 각 소관기관 본연의 임무를 다함으로써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 ‘돈암서원’을 흰개미로부터 구해나가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