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충남도민일보] 어제 2차 개성공단실무회담이 열렸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다. 15일, 3차 회담을 연다고 한다. 북한은 100여일 전 우리 일부 언론이 자기들 최고 존엄을 모욕했으니 사과하라면서 일방적으로 공단가동을 중단시켰다.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지만, 그런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 북한 정권이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아무 조건 없이 공단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양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부당한 처사에 대하여 사과, 배상,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차제에 공단 운영에 관하여 국제기준에 맞는 규범을 만들어 다른 나라 기업들도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리 주장이 이번 회담에서 관철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 주장이 사라지거나 우리가 패배한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3차 회담에서 우리 주장을 최대한 관철시켜 높은 수준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북한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우선 가능한 수준의 합의를 이루고 공단가동을 재개하는 것이 차선이다. 합의하지 못한 우리 주장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책상서랍 속에 넣어두면 된다. 북한이 임금인상이나 개성공단 확대 등 다른 요구를 들고 나올 때, 서랍을 열고 우리 주장을 꺼내 협상해서 관철시키면 될 일이다. 통일 전 서독도 동독과의 수많은 협상을 이런 지혜와 전략으로 타개해나갔다는 말을 내독성(우리의 통일부에 해당) 간부한테 직접 들은 기억이 새롭다.
정치, 군사, 안보에 직결된 의제는 북한정권만을 상대로 전략을 세우면 될 일이다. 특히 북핵문제는 명쾌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며 국제공조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 문화, 보건, 인도 등 의제는 다른 차원의 전략이 요구된다. 협상의 상대는 물론 북한 정권이지만, 협상의 결과는 바로 북한주민의 경제생활, 건강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입주한 우리 기업의 활동 공간이기도 하지만, 북한 근로자 5만 3천 명, 그 가족까지 하면 20만 명을 우리 경제가 먹여 살리는 터전이다. 그 20만 명은 북한 주민 모두에게 한국 경제의 우월성에 관한 무언(無言)의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그러므로 보다 유연하고 목표지향적인 협상 전략을 세워 조속히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정권이 고립을 탈출하기 위한 의도로 협상을 서두르고, 공단운영을 통해 얻게 될 현금을 핵 역량 강화 등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북한주민의 경제, 건강, 자유를 증진하여 북한사회의 본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적 통일로 가는 길이다. 북한정권을 넘어 북한주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혜가 요구되는 순간이다.